
2. 성의 이형성
가. 설명
성 생식은 배우자를 찾고, 유혹하고, 붙잡아 두고; 성교하고; 자손을 낳고; 자손을 키우는 등 다양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행동에 의존한다. 그리고 일반적으로 각 경우에 대한 암수의 행동이 상당히 다르다. 행동이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에 의존하기 때문에 암수의 뇌 또한 어느 정도 다를 것이라고 예측하기 쉽다. 또 다른 이유는 암수의 몸이 다르기 때문이다. 한 성에만 존재하는 신체 구조는 그것을 특이하게 조절하는 신경계가 필요하다. 예를 들어 수컷 쥐는 음경 기저부에 특별한 근육이 있고, 이 근육을 조절하는 운동뉴런들이 작은 집단을 이루어 척수에 존재한다. 이 근육과 척수 운동 뉴런들이 암컷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. 몸의 크기와 일반적인 형태도 성에 따라 다양하므로 몸 감각과 운동 지도도 거기에 맞도록 조절된다. 성의 이형성은 종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다. 뇌에서 이형성이 종종 발견되지만, 어떤 종에서는 그것이 현저하고 다른 종에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.
나. 중추신경계의 성 이형성
성 기능과 명백한 관련성을 보이는 이형성 신경구조는 거의 없다. 음경 기저부를 둘러싸고 있는 망울체해면근(bullbocavernosus, BC)에 연결되어 있는 척수 운동 뉴런 군이 그런 관련성을 보이는 구조이다. 이 근육은 음경이 발기하는 데 역할을 하고, 비뇨를 돕는다. 남성과 여성 모두 BC 근육을 가지고 있다. 여성에서는 질 개구부를 둘러싸고, 질이 약간 수축하는 것을 돕는다. 사람에서 BC 근육을 조절하는 운동 뉴런군을 오너프핵(Onuf's nucleus)이라고 한다. 오너프핵은 천골 척수에 존재하는데 중간 정도의 이형성을 띤다. 남성의 BC 근육 크기가 여성의 것보다 더 크기 때문에 여성에서보다 남성의 오너프핵에 더 많은 운동 뉴런이 존재한다. 포유동물의 뇌에서 가장 명백한 성 이형성은 제3 뇌실 주변 전시상하부의 시각교차앞영역(시삭전영역, preoptic area of the anterior hypothalamus)안에 존재한다. 이 영역은 생식 행동에 어떤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. 쥐의 시각교차앞영역이 손상되면 암컷에서는 발정주기가 교란되고, 수컷에서는 교미 빈도가 줄어든다. 쥐의 암수 시각교차앞영역 조직 절편을 염색하면 현저한 차이가 나타난다. 그 이름처럼 성 이형성 신경핵(sexually dimorphic nucleus, SDN)의 크기는 암컷보다 수컷이 약 5~8배 더 크다. 사람의 시각교차앞영역도 이런 이형성을 보일 수 있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고 논란이 있다. 사람에게는 전시상하부 사이질핵(interstitial nuclei of the anterior hypothalamus, INAH)이라고 부르는 4개의 뉴런군이 존재한다. INAH-1, INAH-2, INAH-3 등 셋 모두가 여성에서보다 남성에서 더 크다고 보고된 연구가 있다. 사람의 INAH-1이 아마도 쥐 SDN의 유사체일 것이다. 그러나 INAH-1이 이형성을 보이는지에 대하여서는 연구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. 그래도 INAH-3에 가장 분명한 이형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. 캘리포니아대학교(UCLA)의 로라 앨런과 로저 고르스키 그리고 공동연구진들은 INAH-3이 여성보다 남성에서 약 2배 더 크다고 처음 보고하였다. 그러나 INAH가 성 행동에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한 증거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. 붉은털원숭이 수컷의 안쪽 시각교차앞영역에 있는 다양한 뉴런들은 성 흥분기와 교미기를 포함하는 특정한 성 행동 시기에 격렬하게 발화한다. 또 사람에게서 성적 지향성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특정 시상하부핵의 크기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.
시상하부 밖에 존재하는 사람의 뇌의 이형성은 여러 예가 보고되지만 결론을 내릴 증거가 별로 없다. 뇌량은 뇌 반구 사이의 동조 능력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 작용에 중요하지만, 성과 관련된 행동을 매개하는 뇌량의 명백한 역할은 아직 알려진 사실이 없다. 한쪽 뇌 반구만 손상을 입은 중풍 환자를 관찰하면 여성에서 뇌 기능이 덜 편측화된 것 같다. 즉, 여성의 뇌는 한쪽 대뇌 반구에 덜 의존적인 수 있다. 하지만, 이러한 결론도 도전을 받고 있다. 대체로 남녀의 뇌가 매우 유사하고 남녀 뇌의 집단 내에도 개체들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뇌의 성 이형성을 증명하기는 어렵다. 인간의 뇌 구조의 성 이형성에 대한 연구 결과 가운데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. 남녀 간의 행동 대부분을 구별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유사하므로 어쩌면 이러한 상황이 놀랄 일은 아니다. 뇌에 대한 육안 해부학은 신경계의 조직에 대한 대략의 견해만 제공한다. 성 이형성 행동에 대한 원인을 알려면 신경계의 연결 형태, 뇌의 신경화학, 성 관련 호르몬들이 신경 발달과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.
댓글